음악감독의 허구와 진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몇몇 영화, 드라마 음악감독들은 음악감독이라지만 그가 작곡한 곡은 거의 없거나 없다. 그 이야길 후배에게 해줄때 그분이 만든곡이 아니라는것에 놀란다. 유명한 영화의 테마를 만든 사람은 적장 다른 작곡가임에도 모든것은 그 대표격인 "음악감독" 이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대신되어 버린다. 간혹 그렇게 음악감독의 작업팀 소속의 작곡가가 작곡한 곡이 음악감독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이 되어버리는 모종의 검은 거래도 흔한일이다. 또한 드라마의 가요 OST의 경우 그 대중적 흥행성 때문지 삽입될려는 사람들이 꽤 있고 이에 대해 일부 음악감독이나 제작자들은 갑질을 통해 음악을 쓰는대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런 음악적 저질환경은 작금에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음악감독에 대한 허구와 진실이란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한다.
* 출처 : 컬럼 - 음악감독, 그 허구와 진실 (한국필름스코어링학회)
국내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다보면 제작진의 명단 중에서 “음악감독”이라는 용어를 흔히 발견하게 된다. 대중음악에서 사용되는 이 용어는 클래식 연주단체에서 사용하는 "Music Supervisor"라는 직명을 본 따서 드라마음악이나 영화음악의 책임자를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클래식 연주단체에서의 “음악감독”이 하는 역할은 연주 레퍼토리의 선정에서부터 오케스트라의 대외적 위상 정립, 그리고 성공적인 연주회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책임과 권한을 지니고 그에 부합되는 음악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대중음악, 특히 드라마음악이나 영화음악과 같은 미디어 예술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의 경우 “음악감독”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과연 그들은 스스로가 정한 직명에 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음악감독”이 지닌 음악적인 역량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의 영화음악이 만들어지는 대략적 인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영화감독은 제작할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설정한다.
2) 영화감독은 기획한 영화의 시놉시스를 설명하여 투자자를 확보한다.
3) 영화감독은 작가를 선정하여 시나리오와 대본을 완성케 한다.
4) 영화감독은 작곡가를 선정하여 음악제작에 필요한 세부 예산을 정하고 대본을 전달한다.
5) 영화감독은 작가, 작곡가, 필름편집 담당자 등과의 회의를 거쳐 음악이 들어가야 할 장면을 선정한다.(이 결정을 spotting이라고 한다.)
6) 작곡가는 대본 스케치를 보고 음악을 작곡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작곡가는 실제로 작곡을 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가 있는데 후자의 경우 실제 작곡 가는 숨어 있다는 말이다. 영화음악 관련 스탭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아래의 담당 역할인 듯 하다.
1) “음악 ○○○”, 또는 “음악감독 ○○○” 2) “작곡 ○○○” “음악 ○○○”에서의 해당 인물이 하는 전형적인 역할은 영상에 사용되어질 기존 음악의 선별 작업에 있었으나 언제부터인가 그 역할이 혼돈되어져 왔다. 화면에서 1)과 2)의 명단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라면 “음악감독” 은 실제로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2)의 명단만 나타나는 경우라 해도 그 사람이 전적으로 음악을 작곡했다는 보장은 없다.
국내 영화의 제작진 명단표기도 해외 영화를 닮아가는 탓에 과거와는 달리 세세한 역할까지도 표기하고 있지만-심지어 ‘장비운반 담당자’마저도 표기한다-음악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저작권과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이러한 투명하지 못한 명단의 표기 방식은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부조리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음악의 현장에서 “음악감독”의 역할은 영상의 표현을 돕는 좋은 음악의 완성에 있어야 하지만 그들이 하는 가장 큰 역할과 능력은 작곡이나 편곡이 아니라 영화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일거리를 따오는 것이다. 영화의 총 제작비에서 단 1%에 도 미치지 않는 음악의 제작비는 작곡, 편곡, 연주, 녹음 등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를 얻어오기 위한 로비자금으로도 상당부분 사용되고 있으며 그것은 드라마음악의 경우에 더 심하다. 물론 모든 “음악감독”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얻어낸 영화음악의 실제 작곡과 편곡은 “음악감독”의 사단에서 푼돈으로 만족하며 일하는 무명 작곡가가 해낸다. 그들의 꿈은 그들 스스로가 “음악감독”으로 부상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 리며 갖가지 프로세스를 배우고 있지만 영화감독과 드라마 제작 PD 등과의 기존의 유착관계를 깨부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그들이 “음악감독”이 된다고 해도 그들 또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아가며, 또는 배신을 하며 선배에게 배워 온 그대로 또 다른 하부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과거에 비해 국내 영화의 수준이 많이 성장한 것도 사실이고 그 시장도 엄청나게 넓어졌으나 음악의 제작자 를 선별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장치는 부재한 상황이며 음악의 제작 방식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지만 음악 제작자 선정에 관련한 제대로 된 인물 데이터 베이스 조차도 부족한 현실 속에서 “음악감독”의 횡포에 짓눌린 실제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권리 분배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있다. 학연(學燃)과 지연(地 緣), 인연(因緣), 접대에 의한 로비와 커넥션 등, 후진화된 작곡가의 선정 방식에 피해를 보는 실력있는 작곡 가가 점차 줄어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