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요. 어떤 게 있을까요? 저도 궁금해서 책을 한 권 샀습니다. [영화인을 위한 법률 가이드](시
각과 언어). "흔히 한국 영화계는 법이 통하는 곳이 아니라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절은 서서히 저물고 있다" 며 뜻있는
법조인들이 크로스! 영화 만들고, 팔고, 보는 데 필요한 온갖 법률 지식 총망라하여 아쌀하게 거시기 해 버린 게 2003년.
'서서히' 저물어 가던 '그러한 시절'이 6년 만에 '완전히' 저물어 버린 지금도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 저작권'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이 책이 여전히 알뜰 살뜰 참고 자료의 소임을 다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기에 제가 수집한 구체적인
사례를 더해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여러 DVD 코멘터리에서 추출한 아주 많은 고급 정보일랑 저와 같이
일하는 '출발 비디오 여행' 이재민 PD가 제보해주셨습니다. 밤낮 DVD를 보고 앉아있는 이PD의 쓰잘데기 없는 노고에 누를
끼치지 않는 알찬 글이 나와야 할터인데 말이지요. 혹시 오류가 있거나 부족한 점이 눈에 띄거든 늘 그렇듯이, 냉큼 금과옥조 같은
댓글로 아낌없이 제보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 책을 폅니다. 251쪽 '음악의 사용' 챕터가 눈에 화악, 들어오네 그냥. 먼저 '영화와 관련한 음악 저작권의 종류' 부터 알아볼까요?
제
일 중요한 건 '공연권 public performance right'입니다. "대중 앞에서 악곡을 노래하거나 연주하거나
상연하거나, 상영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일반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하구요, "공연이나 방송, 실연의 녹음물 또는 녹화물을
재생하여 일반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걸 영화판에 적용한다면 "어떤 음악이 들어간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권리"를 뜻하게 됩니다. 즉, 남의 음악 가져다 영화에 쓰려면 반드시 돈 내고 '공연권'을 얻어 써라, 이 말씀이지요.
옛날 옛적, 그러니까 '흔히 한국 영화계는 법이 통하는 곳이 아니라고들 이야기하'던 그 시절,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비트]라
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몹시 합성 세제스러운 제목을 달고 개봉해서 흥행 대박 터뜨린 이 영화, 정우성 옵화~를 스타로 만든 이
영화에 참 많은 팝송들이 흘러나왔더랬어요. 심지어 전 세계 그 누구도 감히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비틀즈 노래 'let it
be'까지 집어넣었다지요? 이 대담하기 짝이 없는 '삽입곡' 날로 먹기 퍼레이드의 끝은? 결국 음반사의 매우 아픈 '맴매'와
'땟지'였습니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멀리 외박나가있던 그 시절, 본보기로 딱 걸려 송사에 휘말리면서 꽤 많은 돈 토해내고
쓰린 속 움켜쥐는 영화사 보면서 '덮어놓고 갖다쓰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영화판 사람들이 대오각성하며 팝송 욕심을 자제하는
역사적인 사례가 되었다고, 김성수 감독님과 친한 음악감독 조성우님은 기억하고 계십니다.
자,
누구처럼 나중에 험한 꼴 당하기 싫어서 피 같은 돈 줬어요. 그래서 '공연권' 확보했어요. 영화에 노래를 갖다 썼네? 그럼
영화에 썼던 음악이니까 흔히 OST라고 부르는 영화 사운드트랙을 발매하면서 CD에 노래 좀 넣어도 되지 않을까? 떽!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하덜 마세요. 그럴 땐 '싱크로나이제이션권 synchronization right'이라는 권리를 또 확보해야
합니다. 노래를 영화에 쓰는 '공연권'과 음반에 싣는 '싱크로나이제이션권'을 따로 계약하는 게 원칙이지만, '공연권'과 묶어
'한 큐'에 퉁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특히 미국에서는 관행적으로 두 권리를 세트로 넘긴다고 합니다.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에서 그 유명한 비지스의 'holiday'를 영화에 쓰는 대신 지불한 대가가 대략 3천만원. 그게 바로 영화와 음반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묶음으로 구매한 결과였다는 게, 역시 이명세 감독님과도 친할 뿐더러 당시 그 영화 음악을 책임지기도 했던 음악감독 조성우 님의 기억입니다.
'뭐? 3천만원? 다들 그렇게 비싸? 대체 곡 하나에 얼마야?' 라고 묻는다면 '그때 그때 달라요~'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물론 대략의 시세는 있습니다. 요즘엔 가요의 경우 한 곡당 '공연권'이 보통 500만원, 외국곡의 경우 곡당 8천달러 정도에서 시작한다는군요. 하
지만 유명한 뮤지션이 만든 유명한 곡일수록, 가끔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가수의 하나도 유명하지 않은 곡인데도 괜히 똥배짱 부리는
곡일수록, 단가는 두배, 세배 마구 올라갑니다. 한 마디로 부르는 게 값! 하지만 노래라는 게 늘 '대체재'라는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저작권자도 무작정 배짱부렸다간 자기만 손해거든요. 일례로 저예산 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은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를 꼭 쓰고 싶었으나, 1천만원이 넘은 사용료 때문에 미련없이 포기. 음악
감독에게 최대한 비스무리한 분위기의 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서 써먹었다는 겁니다. 저 같으면 못 이기는 척 5백만원이라도 받아
챙기고, 까짓 거 내 노래 한 번 쓰게 해주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분들 생각은 또 그게 아닌가봐요.


그
런데 가격 결정의 변수가 노래나 뮤지션의 유명세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만 개봉할 거냐, 아시아 시장에 배급할 거냐, 아니면 전
세계 시장에 개봉할 거냐, 면밀히 따져묻고 시장 규모에 따라 할증료가 붙게 마련이지요. 요즘 웬만큼 규모 좀 있는 한국 영화는
'국내용' 가격대신 '아시아용' 가격으로 구매하는 게 보통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예산 영화들이 외국 노래 갖다 쓰기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속 스캔들]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이 애초엔 주옥 같은 팝송을 원없이 쓰고 싶어 했다지요? 하지만 차태현씨가 그 주옥같은 팝송들 제목을 몇 개
듣더니만 대경실색하여 감독을 설득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나름 베테랑 배우께서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신인 감독에게 큰
가르침 주신거지요. 결국 그 영화는 팝송 대신 가요, 최신 가요 대신 묵은 가요를 사용해서 저작권료 지출을 많이 줄인 사례입니다.
물론 그 보다 훨씬 더 저예산 영화 [워낭 소리]의
이충렬 감독은 백설희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를 꼭 쓰고 싶었는데, 결국 돈을 구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다른 '경음악'으로
대신하였더라는 속쓰린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가 이렇게까지 대박날 줄 알았으면 사채를 끌어서라도 썼을 텐데 말이에요. 쩝.
자,
이쯤에서 두 가지 질문이 쏟아질 줄로 압니다. 첫째, 가수는 뭐냐? 왜 작사, 작곡자만 돈을 받아챙기냐? 둘째, 작자, 작곡자가
누군지, 걔들 연락처가 뭔지, 그걸 일일이 어떻게 아냐? 어떻게 해서 알아냈다 쳐. 말 안 통하는 외국인들과는 어떻게 토킹
어바웃 할 것이며, 행여 이미 죽은 넘들이랑은 어떻게 협상할래? 분신사바라도 해야 하남?
자
자,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궁금증을 풀어봅시다. 먼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 가수는 물론, 음반 제작자도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목이 터져라 노래하느라 애쓴 공로, 머리가 터져라 '짱구' 굴려 음반 기획하고 열심히 팔러 다닌 공로 따위를 다
인정하여 저작권 비스무리한 권리, 즉 '저작인접권'을 보장해 주지요. 단, 그들이 '삽입곡'으로 돈 좀 받을라치면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기존에 발매한 음반에서 그대로 갖다 쓸 때 얘깁니다. 예를 들지요. [고고70]에
서 조승우가 'Mustang Sally'를 부릅니다. 이 노래를 라이스 보니 Rice Bonny라는 양반이 만들었구요, 윌슨 피켓
Wilson Pickett이 불러서 유명해졌는데, 만일 윌슨 이 양반이 몇 년도, 어느 음반에 녹음해놓은 노래를 '삽입곡'으로
썼다면 라이스 보니 Rice Bonny가 저작권자, 윌슨 피켓 Wilson Pickett과 음반사 스프링타임 뮤직
springtime music inc.이 저작인접권자로 구분되어 셋 다 돈을 받아 챙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고70]에서 Wilson Pickett 버전을 쓰지 않고 조승우씨가 직접 노래를 했단 말입니다. 이럴 때 가수와 음반제작자는
돈 구경 못합니다. 오히려 조승우씨가 부른 'mustang sally'를 다른 영화에서 써먹을 경우, 조승우씨에게
'저작인접권'이란 게 생깁니다. 물론 '저작권'은 여전히 라이스 보니라는 친구에게 있지만 말입니다.
두 번째 질문. 그 많은 저작권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 [넘버3] 불사파 두목 조필씨 버전으로 다소 거칠게 말씀드리면 이래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라
는 분이 계십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시며 온갖 저작권 침해 사례와 맞짱을 뜨는 분이지요. 아시다시피 이 분이 네티즌도 여럿
작살내셨어요. 그 양반 스타일이 이래요. 딱 불법 저작물 앞에 서면 말이야… 너 불법? 나, 저작권이야. 그리고 꼬투리를 딱
잡아. 그리고 그냥 저작권법으로 겁나게 내리치는 거야, X나게… 다 토해낼 때 까지!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관리하는 국내곡 수만 해도 이 글을 쓰는 6월 29일 현재 236,470곡. 여기로 가시면 각 노래별 저작권자를 확인할 수 있구요, 요기로
가시면 이 단체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외국곡 저작권자들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체가 한국에만 있겠어요? 전 세계 각
나라마다 저작권을 관리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저작권자하고 사용자 사이에 다리만 놓아주는 회사도 있구요, 아예 저작권을 위탁받아서
모든 업무를 대행해주는 일종의 에이전시도 있지요. 예를 들어 미국의 해리 폭시 에이전시 harry fox agency 같은 경우
음반사 2만 6천개를 대표하는 거대 회사라고 합니다. 그밖에 각 나라 별 저작권 관리 단체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인을 위한
법률 가이드] 255쪽을 찾아 보면 자세히 나와있어요.
이렇게 치밀하게 관리되는 저작권의 사용료는 작곡자와 작사자, 혹은 그들의 유족들이 윤택한 삶을 누리는 데 이바지합니다.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캐롤 한 곡 만들어 놓고 세상 하직하신 덕분에 그 저작권으로 평생 놀고 먹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휴 그랜트가 바로 그 복 받은 저작권자 패밀리의 가장 이상적인 표상 아니겠어요? 그 영화 보면서 까닭 모를 복통을 호소하던 많은
자식놈들! 평생 술 드시고 노래를 부를 줄만 알았지 만들 줄은 몰랐던 자신의 아버지를 살기 가득한 원망의 눈초리로 째려보다
재떨이로 얻어맞은 케이스도 더러 없지 않아 있었더라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들려옵니다.
그
런데, 영화 속 휴 그랜트 아버지가 만든 캐롤의 저작권이 소멸된 후엔 어떻게 될까요?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저작권자 사후 50년을
보호기간으로 인정해 줬는데, 최근 세계 추세가 사후 70년까지는 보장하는 바, 아버지가 아무리 요절하셨다 해도, 주인공 생전에
손가락 빨 일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베토벤 후손들은 얘기가 다릅니다. 베토벤 할아버지 곡들은 이미 예전에 저작권이 소멸된
곡이거든요. 그러니 후손들에게 돈은 안 줘도 됩니다. 아싸! 오호 횡재라! 돈 굳어군화~ 아직 기뻐하긴 일러요. 만일 베토벤의
소나타를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연주한 버전으로 영화에 쓸 경우 '저작인접권료'를 연주자와 음반회사에 지불해야 한다는 거. 이게
바로 마스터 사용 허락 master use license이란 개념이지요. 저작권이 소멸된 음악이라 할 지라도 이미 음반에 녹음된
노래를 사용할 땐 허락을 받으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돈 아끼려면 직접 연주하는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이런 걸 대안이라고
말씀드리자니, 왠지 씁쓸~하구만…
원문:http://today.movie.naver.com/today/today.nhn?sectionCode=MOVIE_TUE§ionId=273